2009년 06월 25일
Zee Avi ‘Zee Avi’


“입을 옷이 없어!”라는 말만큼이나 버릇처럼 나오는 말이 “들을 음악이 없어!”인 것 같아요. TV나 라디오에서 들리는 음악은 만날 똑같고, 먹힌다 싶은 스타일만 줄곧 나오고. 뭔가 신선한 게 필요해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빌보드 차트의 Independent Music 코너를 찾아봤지요. 그곳에는 왠지 미국 펑크 밴드만이 있을 것 같다고요? 노노노!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면 말레이시아 출신의 여가수 지 아비(Zee Avi)를 만날 수 없었겠죠.
무한한 재능을 지닌 신예 싱어송라이터 지 아비는 말레이시아 동부의 아름다운 섬 보르네오에서 태어났습니다. 12살 때 말레이시아의 수도인 쿠알라룸푸르로 이주한 그녀는 17세부터 혼자 방 안에 틀어박혀 기타를 독학하기 시작했죠. 비교적 여유로운 가정환경 속에서 지냈던 그녀는 변호사가 되길 원하는 부모님의 기대를 뒤로 하고 런던으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러 떠났고, 말레이시아로 돌아와서는 본격적인 밴드 생활을 하게 됩니다.
지 아비의 데뷔 과정은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UCC의 전성기인 요즘, 시대를 잘 타고 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죠. 작곡에 한창 몰두하던 시절, 지 아비는 자신의 연주 장면을 찍어 ‘Kokokaina’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그것을 본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인 크리스 로울리가 극찬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남겼고, 동영상은 입소문을 타며 크게 번지게 됐죠. 그 무렵 올린 두 번째 올린 동영상 ‘No Christmas For Me’는 관심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3000통이 넘는 이메일을 받았고, 그 중에는 음반 계약을 제안하는 내용도 상당수였다고 해요. 결국 지 아비는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의 매니저 이언 몬톤에게 발탁됐고, 그녀의 데뷔 앨범은 이언 몬톤이 세운 모노톤 레이블과 잭 존슨이 설립한 브러쉬파이어의 첫 합작 프로젝트로 발매됩니다.
드라마같은 데뷔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정도로 그녀의 음악은 매력적이며 대중적입니다. 포크를 바탕으로 하는 기타 중심의 음악은 편안하고도 담백한 사운드를 들려주죠. 강렬한 자극으로 뇌리에 박히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결코 심심한 스타일도 아니에요. 가장 귀를 잡아끄는 건 바로 지 아비의 음색인데, 언뜻 들으면 노라 존스를 연상케 하지만 그보다는 무게가 덜어진 좀 더 밝은 톤을 가지고 있죠.
20대 초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숙하게 밀고 당기기를 하는 노래 실력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앨범 수록곡 중 몇 곡은 기타가 아닌 우쿨렐레로 연주를 하는데요, 악기 특유의 사운드에 말레이시아라는 이미지가 합쳐진 결과인지 더운 계절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든답니다. 그늘 아래 누워 지 아비의 음악과 함께 흥얼거리는 시간, 생각만 해도 벌써 기분이 좋아지네요.
# by | 2009/06/25 08:31 | phonograph record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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