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에 실려 온 속삭임 - 조원선 1집 <Swallow>






김동률 4집 앨범 자켓의 Thanks To를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원선아, 너 고음 좋아!”

그룹 롤러코스터의 조원선이 평소 자기 노래에 대한 불만을 토로 했던 걸까.
‘하긴 일반적인 기준(성량이 풍부하고 음역대가 넓은)으로 보면 기똥차게 잘하는 노래는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살짝 웃음이 났다.
하지만 한 번 들으면 절대 잊히지 않는 개성만점의 음색을 지녔다는 점에서 그녀는 이미 좋은 보컬리스트다.
지누의 솔로 앨범(객원 보컬로 참여)과 롤러코스터의 앨범들이 그를 충분히 입증해주지 않는가.
그런 그녀가 이제 좋은 보컬리스트 이상의 좋은 음악가로 우뚝 서기 위해 나섰다. 지난 달, 조원선의 솔로 1집이 나왔다.


앨범을 펼쳐 작업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이름을 훑어보니 어랏, 모두 익숙한 이름이다.
일단 롤러코스터의 또 다른 멤버였던 이상순이 전곡에 참여했고, 김동률, 정재일, 유희열, 하림의 이름도 눈에 띈다.
작사, 작곡, 편곡 모두를 조원선이 직접 소화하긴 했어도 어쩐지 김 빠지는 느낌...


하지만 음악은 확실히 달랐다. 롤러코스터로부터 예상되는 세련됨보다 담백함과 소박함이 더 두드러진 사운드다.
자극적인 훅(hook)이나 뚜렷한 기승전결 대신, 한 프레이즈의 선율을 여러 번 반복하는 형태의 곡이 많기 때문일까.
타이틀곡인 ‘도레미파솔라시도’가 가장 신나고 잘 꽂힐 만한 노래다. 이런 특징은 악기 편성에서도 나타난다.
프로그래밍으로 리듬을 채운 곡은 딱 하나, 나머지는 모두 리얼 드럼이나 퍼커션을 사용해 내추럴한 느낌이다.
어쿠스틱한 사운드가 대부분인 이번 앨범에서는 조원선의 피아노 연주실력도 확인할 수 있다.
전자음이 지배적인 롤러코스터의 음반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훌륭한 터치와 리듬감에 깜작 놀라게 된다.


드라마틱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금만 귀 기울이면 각각의 곡들이 얼마나 색색깔의 옷을 입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나의 사랑노래’는 피아노, 아코디언, 바이올린, 실로폰 등으로 연주한 왈츠곡.
듣다보면 봄바람과 함께 유럽의 어느 도시를 걷고 있는 기분이 든다.

음울한 첼로 선율로 시작하는 ‘아무도, 아무것도’는 유려하면서도 격정적인 현악기 편곡이 일품.
박인영의 뒤를 이어 차세대 현편곡가로 주목받는 이나일의 작품이다. 
더불어 이 곡에는 윤상, 박창학 콤비가 각각 노래와 작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요즘 날씨에 잘 어울리는 ‘살랑살랑’을 지나 장난기 가득한 ‘베란다에서’로 마무리할 때까지,
조곤조곤 속삭이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사실 조원선의 음악이 그녀의 목소리만큼이나 뚜렷한 색깔을 지닌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스케치가 훌륭하니 채색의 과정 또한 충분히 기대할 만한다.
속삭임을 넘어서 ‘조원선만이 할 수 있는 음악’으로 큰 울림을 주는 날이 오기를 빈다.    


 


by dawn | 2009/04/09 10:58 | phonograph record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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