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종과 나비
























어느 날 갑자기-

파리 ELLE의 편집장인 장 도미니크 보비는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예고도 없이 찾아온 몸의 변화, 정신은 말짱하지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직 눈꺼풀 뿐. 어찌할 수 없는 무게와 어둠이 스스로를 침잠케했고, 눈꺼풀로 표현한 보비의 첫 문장은 '나는 죽고 싶다.'

그러나 보비의 냉소와 절망은 그리 길지 않았다. 물 속 깊은 곳에서 자신의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하늘로의 날개짓을 시도한 그가 20만번이 넘도록 눈을 깜빡여서 쓴 책의 제목이 '잠수복과 나비'. 실화랜다.

'파리' '엘르'의 '편집장'이라 하믄 '잘나가는'이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게 너무나 많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메릴스트립이 맡았던 역할을 떠올려보는 것이 가장 간단히 마비 이전 보비의 삶을 가늠하는 방법일 듯. 파리 엘르의 편집장이라는 것은 눈에서 피눈물을 쏟아가며 일하는(진짜 눈에서 피가 났댄다.) 전 현대건설 이 모 사장의 행태와는 거리가 먼 존재이다. 버클의 미세한 크기 차이와 옷깃의 각도를 운운하며, 셔츠안에 받쳐입은 티셔츠 한 장에 자의식을 담아내고 '잇'하고 '핫'한 것을 주물러내는 사람. 설사 피눈물이 난다해도 베르사체 선글라스로 감추고 유연히 걸음을 옮길 그에게 '입돌아간 애꾸눈 장 도미니크 보비'를 마주하는 것은 어떤 일이었을까?

영화는 마비 이전의 보비의 모습, 현재의 보비의 모습, 보비가 상상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그러나 그 전환에는 버퍼링이 없다. 마비되기 이전 쿨한 미중년 보비의 모습에 취해있을 때, 화면 가득한 세련된 훼이셜은 찰나에 스위치! - 입돌아간 애꾸눈으로 바뀌어 나를 무심히 쳐다보는 순간의 당혹감이란..

카메라는 제3자의 시각 뿐만이 아니라 보비의 눈이 되어서도 움직이는데 아마 이게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한다. 바깥에서는 알 수 없는 보비의 시각을 상세히 함께 하면서 상황에 대한 현실성이 더 깊숙히 와서 박히는 듯. 사운드는 열심히 떠드는 치료사의 목소리지만 화면은 치료사의 가슴으로 채워져 있다든지,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 오른쪽 눈을 꿰멜 때 실의 움직임을 여실히 보여준다든지 하는 그런 것들말이다.

그와 더불어 보비의 생각 또한 나즈막한 말소리로 표현되는데, 보비와 관객만이 알 수 있는 그 말 한마디 한마디는 디테일한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단발의 웃음 또한  자주 불러일으킨다. 유별날 것도 없는 생각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유머러스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큭- 하게 만드는 그러한 요소가 한없는 안타까움과 동정의 나락으로 빠지지 않게 해주는 좋은 장치가 되었다. 실화이고, 충분히 눈물과 한숨으로 범벅된 역경 극복 스토리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저 마냥 감동의 휴먼드라마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 주는 센스. 감동과 다짐을 종용당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욱 면밀히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보비의 옷의 아주 볼만하다. (잡지식으로 얘기하자면) 치노 팬츠의 핏은 물론 수트+스카프+체크셔츠의 톤 매치가 완벽하다. 환자복을 입지 않는 환자. 생의 마지막까지 그는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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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 2008/11/28 09:00 | motion picture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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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11/2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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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awn at 2008/11/30 21:18
얼마 안된 블로그에 이렇게 리플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가 다른 곳에도 글을 기고하고 있는데, cinematiq에서는 어떻게 글을 올리신다는 건지
잘 몰라서요..

jam0729@naver.com <= 제 이메일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Commented at 2008/12/0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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